양심적 병역거부는 꽤나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이슈였습니다.
병역거부에 대한 개인의 의지가 "양심"이라는 도덕적인 용어로 표현될 수 있느냐,,
종교적인 신념을 가지고 국민의 의무를 져버릴 수 있느냐 하는 이야기지요.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해서 2004년 대법원에서 선고를 했었는데,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양심의 자유가 국방의 의무보다 우월하지 않다"라고 하여
국방의 의무를 양심 또는 종교적 신념으로 져버리는 것은 유죄의 근거가 되어 해마다 500 여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전과자가 되었죠.
그러나 오늘 6월 28일,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거부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결정문에서,
"병역종류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선고되면 법원도 더이상 처벌 조항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심리 결과 양심의 진실성이 인정될 경우 법원은 대체복무제가 도입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입경 거부 또는 소집불응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은 많은데요,
"그럼 여태 의무복무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다 비양심적인 사람인가" 라는 반론부터
"과연 양심이나 종교적인 사유를 어떤 근거에서 인정할 것인가. 순수한 종교 신앙심인가 또는 병역기피 목적의 종교행위인가"라는 질문까지
많은 반대의견도 있습니다. 게다가 "양심적 병역거부"가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Conscientious Objection" 을 직역한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양심"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즉, 여기서 양심의 의미는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개인의 인식에서 나오는 신념이라는 것이죠.
병역거부에 대한 합헌은 또 국방부가 즉시 해결해야 할 큰 숙제를 던져줬습니다.
"대체복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쉽게 말하자면, "종교적 신념으로 총을 들지 못해 군대에 못온다면 다른 일로 국가에 봉사하라"는 것입니다.
대체복무는 군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경찰이나 소방 등의 공익요소가 있는 곳에서 일을 하거나 병원, 양로원, 요양시설 등 사회복지 관련 업무,
또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과학연구, 교육 등의 봉사를 할 수도 있고, 화재방지, 공공건물 관리 등의 일도 할 수 있죠.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단어가 외국에서 온 만큼 "대체복무" 역시 외국에서는 이미 많이 시행되고 있는 제도인데,
예를 들면 그리스는 우체국이나 법원 등 행정기관에서 근무하는 것까지도 포함됩니다.
단, 대체복무는 현역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것보다 아무래도 좀 더 편하고 쉽다고 생각할 수 있어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 기간을 좀 더 길게 잡는데요,
예를 들면 스위스는 현역복무에 비해 1.5배, 그리스는 1.9배의 대체복무 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스위스는 현역 390일, 그리스는 23개월)
오늘 동료들과 YTN에서 이 뉴스꼭지가 하루 종일 나오는걸 보면서 함께 이야기한게,
아직 분단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군이 무작정 축소될 수는 없는 문제이니
대체복무를 수도권 도시나 행정기관에서 하는게 아니라 군대에서 실시하는 방안도 좋겠다는 이야기가 제일 많은 공감을 얻었죠,,ㅎㅎ
총을 못잡는거니 병기본 교육도 다 빼고, 전투임무는 완전히 배제한다는 기본 개념을 베이스로 가지고,
군부대에서 군인들이 훈련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가 그 외에 잡다한 작업이 많아서 그런건데,
사시사철 풀뽑고 진지보수하고 눈치우고 둑쌓고 하는 잡다한 일, 취사하고 설거지하는 내무적인 일들을 전담해서 시키는
근로자부대(병역거부인데 부대라고하면 안좋아하려나? 그럼 근로자팀)를 조직하는 거죠,,ㅋ
전방 철책을 따라 계단, 철조망 보수만 해도,,, 잡초 제거만 해도,,, 일년 내내 일해도 모자랄 듯,,.
너무 말이 길었는데,
일단 헌재에서 결정한 것은 말 그대로 조문에 대한 해석이기 때문에,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것이고,
이후 봇물처럼 양심적병역거부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터져나올텐데, 그들 중 첫번째 재판이 어떻게 되느냐가 최대 관심사가 되겠죠.
국방부는 그것과 관계없이 최단시간 내에 만인이 인정할만한 형평성을 가진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구요..(완전 어려움..;;)
저는 이전까지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죄송합니다.) 개 풀뜯어먹는 소리라고 생각했는데,
대체복무제가 형평성을 가지고 제도화되어 잘 정착된다면 오히려 나라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할 거라고 생각도 들고,,
진짜 순수한 믿음과 신앙을 바탕으로 신념을 가지고 거부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 들고,,
많은 생각이 드는 이슈였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서 점점 더 소수인권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앞으로 더 지켜볼 문제입니다,,.